처음 번역에 입문할 때는 주로 번역회사에 프리랜서로 등록해서 샘플 번역 테스트를 받은 후에 테스트에 통과되면 조금씩 일을 받으면서 번역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 번역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제일 처음 한 일이 포털 사이트에서 번역회사를 검색해서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내거나 해당 사이트의 프리랜서 등록 페이지에 등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 1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5-6개 번역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일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한 회사는 10년째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일이 없을 때는 새로운 번역회사를 찾기도 합니다.

번역회사에서 주는 번역 일을 하다보면 처음에 일이 많이 없을 때는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면 다 하겠다는 마음으로 고맙게 받습니다. 그런데 일이 바빠지게 되면 일을 잘 거절하는게 중요합니다. 무턱대고 주는대로 받다가는 감당할 수 없어서 납기를 못 지키거나 나중에 결국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납기를 자주 어기거나 일을 중간에 포기할 경우, 그 번역회사에서 더 이상 일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한 번 받은 일을 3주나 미루다가 결국 타의에 의해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창 일이 많아서 바쁜 와중에 한 중요한 번역회사에서 저에게 일을 의뢰했습니다. 거절하면 다시는 일을 못받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끝내고 시작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일 자체는 좀 골치아픈 일이었습니다. 까다로운 기술표준서인데다가 또 소프트웨어 툴을 사용해서 작업해야 했습니다.

일을 받았지만 그 전에 하던 일이 계속 지연되었고, 중간에 끼어든 다른 작은 일들을 먼저 하면서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 안하다가 저도 모르게 3주가 지나버리고 납기가 1주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1주일 안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분량이었기 때문에 납기를 늦추어야 했지만 그 번역회사의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는 화를 내면서 제게 맡긴 일을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었고, 그 회사와는 거래가 끊기고 말았습니다. 내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탓이었습니다.


지금 할 일이 많을 때는 아무리 매력적인 일을 제안받더라도 그 일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또, 일 자체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라면 처음부터 받지 말던가, 일을 받은 후에도 계속 후회가 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못하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계속 질질 끌다가 결국 납기가 많이 지나가 버리게 되고, 번역회사와 신뢰 관계에 금이가게 됩니다.
 
하기가 부담스러워서 한 번 거절했는데, 번역회사에서 재차 부탁을 해서 마지못해 일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후회합니다. 지금 그런 일을 하나 하고 있는데, 제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분야의 일거리라서 한 번 못하겠다고 얘기했는데도 재차 간곡한 부탁을 받아서 시작한 일입니다. 두 번이나 간곡히 부탁을 받은데다가, 납기까지 연장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일을 시작하기가 싫어서 진도가 늦고, 일을 하면서도 계속 후회합니다.

일을 제안 받았을 때, 일의 성격이 좀 하기 싫은 일일 때는 거절해야 하고, 한 번 거절한 후에는 계속 거절해야 합니다. 한 번 거절하면, 대개의 경우 상대방이 더 강력히 설득을 합니다. 그러면 마지못해 마음을 바꾸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후회하게 되는 것이 지금까지 저의 경험이었습니다. 일단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한 번 거절을 했으면, 상대방이 더 강하게 설득하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말고 더 확실하게 거절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번역회사 입장에서도, 번역사가 한 번 거절한 일은 다시 부탁하지 말아야 합니다. 설사 재차 부탁해서 번역사가 그 일을 맡는다고 해도, 마음 속으로는 그 일을 맡은 걸 계속 후회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기가 싫어지고, 결국 납기를 맞추지 못하게 되거나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를 할 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에 조금 관심을 보이다가 결국 거절하면, 상대방은 제가 관심을 보였던 것을 생각해서 아쉬운 마음에, 아니면 오기가 생겨서 더 강력하게 저에게 그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과장된 선전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한 번 믿어볼까 하는 심정으로, 또는 귀찮아서, 사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는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되더군요.

예를 들어, 호텔 1년 회원권을 사달라는 전화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혜택을 말하는데, 그 회원권 가격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부산에 있는 체인 호텔을 할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1년 동안이나 몇 번이나 전화를 하는 겁니다. 진작 살 생각이 없다고 확실히 말했어야 하는데, 제가 성격상 매몰차게 거절을 잘 못하다보니까 확실하게 끊지를 못한 겁니다. 그래서 호텔 부페 할인 쿠폰과 부산 체인 호텔을 한 번 이용하면 그 회원권 가격은 빠질 거라는 회텔 영업사원의 설득에 넘어가서 결국 1년 회원권을 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일하느라고 너무 바쁜데다가, 그 부산 호텔 할인권은 나중에 알고보니 주말과 성수기에는 할인이 안 되는 것이어서, 1년 동안 한 번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호텔 부페만 한 번 싸게 이용했을 뿐입니다. 결국 후회만 남았습니다.

완곡하게 거절하면 대개의 영업사원들은 그것을 NO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강력하게 팔려고 달려듭니다. 영업사원에게는 확실하게 NO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번 NO라고 말했으면 계속 밀고 나가야 합니다. 마음을 바꾸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제 삶의 경험이었습니다.

두 줄 요약: 이 세상에는 NO를 NO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 거절한 일/제품/서비스는 마음을 바꾸지 말고 계속 거절해라! 상대방의 설득에 넘어가서 마음을 바꾸면 반드시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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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sohan 2011.11.03 21:54 신고

    짐캐리의 '예스맨' 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만약 짐캐리의 직업이 번역가 였다고 하면 어떻게 됬을지... :D 잘 보고갑니다

  2. 재복 2012.05.03 17:44 신고

    동감합니다.
    거절은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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