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이처 박사(1875-1965)는 독일의 의사이며 자선가로서 "생명에 대한 경외"라는 철학으로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여 노벨 평화상(1952년)을 받은 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신학자로서의 슈바이처 박사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는 슈바이처가 신학자로서 쓴 책으로, 약 백년 전에 출판된 <역사적 예수에 대한 탐구>(영문 번역판 The Quest of the Historical Jesus)를 소개하려고 한다.

중학교 시절에 나 자신이 독실한 크리스찬이라고 생각하다가 기독교에 대한 회의에 빠져 방황하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를 보낸 후에 나는 이 책을 읽고 비로소 기독교에 대한 (나름대로) 올바른 관점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슈바이처 박사가 역사적 예수에 대한 독일 신학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또 비평한 책이다.

이 책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기독교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핵심인 예수의 삶과 사상에 대해 역사적 관점에서 봄으로써
기독교에 대해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해서, 누구든지 평생 살면서 한 때 본인이 기독교인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친구, 직장 동료, 가족, 이웃을 갖게 되기도 한다.

나도 초등학교 시절에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받기 위해 동네 교회에 갔던 때부터 시작해서
중학교 1학년 부터 초등학교 절친을 따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영락교회에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했고, 그후 한때 기독교에 상당히 심취하여 성경을 열심히 탐독하며 지냈다.

일요일 예배 후에는 원어민이 진행하는 영어 성경을 읽는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했었다.
식사할 때는 꼬박꼬박 기도를 했고,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목박혀 돌아가셨고, 예수님은 부활 했으며 언젠가 재림할 것이라는 정통 기독교의 교리들을 곧이곧대로 믿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부터 기독교의 교리에 조금씩 회의가 생기면서 점점 교회와 멀어지더니.
대학교 때부터는 아예 등을 돌리고 교회도 다니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누가 내 종교를 물어보면 무교라고 대답하고 있으며, 자신을 크리스찬이라고 생각하고 일요일에는 꼬박꼬박 교회에 나가고 있는 부인과 살고 있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면 예수님을 믿고 회개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으며,
명동에 나가보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푯말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어느 도시에서나 동네 빵집이나 수퍼 처럼 흔하게 교회와 십자가를 볼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가족. 지인 또는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라든가 "저희 교회에 나오세요"라는 종용이나 압박을 수시로 받으면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반면에 다른 종교, 예를 들어 불교에서는 "저희 절에 나오셔서 구원받으세요"라는 식의 포교는 하지 않는다.

왜 기독교는 이렇게 우리에게 압박감을 주는가?
기독교는 어떤 종교이며 그 핵심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은 한국인은 드물 것이다.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슈바이처의 "역사적 예수에 대한 탐구"라는 책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기독교에 대해 가장 고민하던 시기에 이 책을 읽었고 기독교에 대한 나의 관점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으며 독일어로 되어 있는 원서와 영어로 번역된 책이 있을 뿐이다.

슈바이처의 "역사적 예수에 대한 탐구"가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이유는 이 책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잠재적 독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섣불리 출판에 나설 출판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상당한 도움을 받은 한 사람으로써
이 책을 기독교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많은 한국인들에게 소개해 줌으로써
내가 슈바이처 박사에게 받은 빚을 갚고, 또 한편으로는 기독교에 대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책은 400페이지가 넘는 상당히 방대한 책이기 때문에 전체를 간단히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주요 챕터별로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제1장: 연구 문제(The Problem)

독일 신학의 위대한 업적

슈바이처는 독일 신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예수의 생애에 대한 비판적 연구라고 단언한다.

"The greatest achievement of German Theology is the critical investigation of the life of Jesus."

그는 예수의 생애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통해 독일 신학이 이룬 업적은 미래의 종교적 사상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극찬한다. 또 예수의 생애에 대한 연구의 역사는 교리(도그마)에 대한 연구의 역사보다 더 가치 있다.

역사적 예수의 생애를 연구한 독일 신학자들

역사적 예수의 생애에 대한 책을 쓴 초기의 주요 독일 신학자는 라이마루스(Hermann Samuel Reimarus)와 슈트라우스(David Friedrich Strauss) 였다. 이 두 사람은 그 전까지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한 모든 사람들이 이룬 업적을 능가했다.

라이마루스는 생전에 자신이 받을지도 모를 박해를 두려워하여 이 주제에 대해 침묵하였고 그가 쓴 "예수와 그의 제자들의 목적(The Aims of Jesus and His Disciples)"이라는 책은 그의 사후에 출판되었다.


그러나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책 "예수의 생애(Life of Jesus)"를 27살의 젊은 나이에 출판하였고 그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나고 인간관계가 멀어져서 평생 외롭게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에 자부심을 가졌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역사적 예수의 생애에 대한 연구의 역사는 슈트라우스 이전과 이후의 2기로 나눌 수 있다.


1기의 주요 관심사는 기적의 문제였다. 성경에 기록된 기적과 같은 초자연적인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슈트라우스는 이러한 초자연적 사건들은 그저 사료에 포함된 신화적 요소들로 다루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편, 라이마루스는 예수가 살던 시대의 종말론적 사상에 주목했다.


핵심 연구문제

이 무렵(19세기 말) 예수의 생애에서 주된 역사적 문제가 서서히 의제로 제시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예수의 마음 속에서 종말론은 어떤 중요성을 가졌는가?"라는 질문이었다.

"What was the significance of eschatology for the mind of Jesus?"
(eschatology 에스커탈러지: 종말론)

이 문제와 연결된 또 다른 문제는 "예수의 자의식(the self-consciousness of Jesus)"에 대한 문제였다. 

"예수는 자신을 메시아라고 생각했는가 아니면 단지 예언자라고 생각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은 이런 연구 문제에 대해 19세기 말의 주요 독일 신학자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비판적 고찰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 편에서는 예수의 생애에 대한 라이마루스의 연구에 대한 슈바이처의 해설과 비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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