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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및 인문학

삶의 기술: 거절의 기술

by 아이엠댓1 2011. 10. 30.

처음 번역에 입문할 때는 주로 번역회사에 프리랜서로 등록해서 샘플 번역 테스트를 받은 후에 테스트에 통과되면 조금씩 일을 받으면서 번역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 번역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제일 처음 한 일이 포털 사이트에서 번역회사를 검색해서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내거나 해당 사이트의 프리랜서 등록 페이지에 등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 1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5-6개 번역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일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한 회사는 10년째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일이 없을 때는 새로운 번역회사를 찾기도 합니다.

번역회사에서 주는 번역 일을 하다보면 처음에 일이 많이 없을 때는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면 다 하겠다는 마음으로 고맙게 받습니다. 그런데 일이 바빠지게 되면 일을 잘 거절하는게 중요합니다. 무턱대고 주는대로 받다가는 감당할 수 없어서 납기를 못 지키거나 나중에 결국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납기를 자주 어기거나 일을 중간에 포기할 경우, 그 번역회사에서 더 이상 일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한 번 받은 일을 3주나 미루다가 결국 타의에 의해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창 일이 많아서 바쁜 와중에 한 중요한 번역회사에서 저에게 일을 의뢰했습니다. 거절하면 다시는 일을 못받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끝내고 시작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일 자체는 좀 골치아픈 일이었습니다. 까다로운 기술표준서인데다가 또 소프트웨어 툴을 사용해서 작업해야 했습니다.

일을 받았지만 그 전에 하던 일이 계속 지연되었고, 중간에 끼어든 다른 작은 일들을 먼저 하면서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 안하다가 저도 모르게 3주가 지나버리고 납기가 1주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1주일 안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분량이었기 때문에 납기를 늦추어야 했지만 그 번역회사의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는 화를 내면서 제게 맡긴 일을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었고, 그 회사와는 거래가 끊기고 말았습니다. 내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탓이었습니다.


지금 할 일이 많을 때는 아무리 매력적인 일을 제안받더라도 그 일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또, 일 자체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라면 처음부터 받지 말던가, 일을 받은 후에도 계속 후회가 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못하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계속 질질 끌다가 결국 납기가 많이 지나가 버리게 되고, 번역회사와 신뢰 관계에 금이가게 됩니다.
 
하기가 부담스러워서 한 번 거절했는데, 번역회사에서 재차 부탁을 해서 마지못해 일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후회합니다. 지금 그런 일을 하나 하고 있는데, 제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분야의 일거리라서 한 번 못하겠다고 얘기했는데도 재차 간곡한 부탁을 받아서 시작한 일입니다. 두 번이나 간곡히 부탁을 받은데다가, 납기까지 연장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일을 시작하기가 싫어서 진도가 늦고, 일을 하면서도 계속 후회합니다.

일을 제안 받았을 때, 일의 성격이 좀 하기 싫은 일일 때는 거절해야 하고, 한 번 거절한 후에는 계속 거절해야 합니다. 한 번 거절하면, 대개의 경우 상대방이 더 강력히 설득을 합니다. 그러면 마지못해 마음을 바꾸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후회하게 되는 것이 지금까지 저의 경험이었습니다. 일단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한 번 거절을 했으면, 상대방이 더 강하게 설득하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말고 더 확실하게 거절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번역회사 입장에서도, 번역사가 한 번 거절한 일은 다시 부탁하지 말아야 합니다. 설사 재차 부탁해서 번역사가 그 일을 맡는다고 해도, 마음 속으로는 그 일을 맡은 걸 계속 후회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기가 싫어지고, 결국 납기를 맞추지 못하게 되거나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를 할 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에 조금 관심을 보이다가 결국 거절하면, 상대방은 제가 관심을 보였던 것을 생각해서 아쉬운 마음에, 아니면 오기가 생겨서 더 강력하게 저에게 그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과장된 선전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한 번 믿어볼까 하는 심정으로, 또는 귀찮아서, 사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는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되더군요.

예를 들어, 호텔 1년 회원권을 사달라는 전화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혜택을 말하는데, 그 회원권 가격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부산에 있는 체인 호텔을 할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1년 동안이나 몇 번이나 전화를 하는 겁니다. 진작 살 생각이 없다고 확실히 말했어야 하는데, 제가 성격상 매몰차게 거절을 잘 못하다보니까 확실하게 끊지를 못한 겁니다. 그래서 호텔 부페 할인 쿠폰과 부산 체인 호텔을 한 번 이용하면 그 회원권 가격은 빠질 거라는 회텔 영업사원의 설득에 넘어가서 결국 1년 회원권을 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일하느라고 너무 바쁜데다가, 그 부산 호텔 할인권은 나중에 알고보니 주말과 성수기에는 할인이 안 되는 것이어서, 1년 동안 한 번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호텔 부페만 한 번 싸게 이용했을 뿐입니다. 결국 후회만 남았습니다.

완곡하게 거절하면 대개의 영업사원들은 그것을 NO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강력하게 팔려고 달려듭니다. 영업사원에게는 확실하게 NO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번 NO라고 말했으면 계속 밀고 나가야 합니다. 마음을 바꾸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제 삶의 경험이었습니다.

두 줄 요약: 이 세상에는 NO를 NO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 거절한 일/제품/서비스는 마음을 바꾸지 말고 계속 거절해라! 상대방의 설득에 넘어가서 마음을 바꾸면 반드시 후회한다!